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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 공정과 반도체 성능


TSMC, 삼성전자에 이어 최근에는 인텔까지 파운드리 기술 경쟁에 뛰어들면서 나노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3 나노와 그 이하 공정들의 개발 및 양산 로드맵을 내놓고 있는데, 서로 우리는 몇 나노를 할 수 있다며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이 나노 수치는 회로 선폭으로서 작을수록 더 복잡하고 많은 패턴을 그릴 수 있으며, 고성능의 칩을 만들 수 있다.


업체별 파운드리 공정 로드맵



그런데 나노 수가 작아질수록, 즉 회로 선폭이 미세해지면 성능이 무조건 좋아질까? 물론 55나노와 10 나노대를 비교하면 그렇다. 이론 성능과 체감 성능 모두 획기적으로 좋아진다. 그러나 요즘은 5 나노에서 3 나노, 3 나노에서 2 나노로 발전하는 수준이다. 점점 1 나노 줄이기가 어렵고 개발기간도 늘어나고 있다. 미세해질수록 체감 성능 개선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고 있다. 또한 점점 미세해질수록 팹리스 회사들의 설계 도면과 파운드리 공정 간의 궁합이 잘 맞아야 한다. 설계만 잘한다거나 파운드리 공정만 잘한다면 성능 개선이 이뤄지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파운드리 회사에서 발표하는 나노 수는 일종의 마케팅 용어로 볼 수 있다. "저희는 X나노 까지 할 수 있습니다." 라고 표현하면 대부분 나노 앞의 숫자가 곧 기술력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그 회사의 기술력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이 숫자가 곧 그 회사의 기술력을 표현할 수는 있지만 성능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같은 나노 공정이라도 성능은 다를 수 있다. 즉, TSMC의 5 나노와 삼성의 5 나노는 성능이 같지 않다.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같은 나노 공정이라도 트랜지스터 밀도가 서로 다르면 성능이 다르다. 아래 표를 보면 인텔의 10 나노가 TSMC나 삼성의 10 나노 보다 약 2배 높은 트랜지스터 밀도를 가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트랜지스터 밀도가 성능의 전부는 아니지만 이렇게 같은 나노 공정이라도 성능에 기여하는 여러 요인이 있고, 사양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파운드리, 공정별 사양 (위키피디아)



그래서 나노 앞의 숫자만 보고 반도체 성능을 판단하기 어렵다. 마케팅 숫자에 불과하므로 필요하면 그 공정이 쓰인 CPU나 GPU 모델의 긱벤치 성능 테스트 결과를 참고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미세 공정에 따른 문제들


나노 공정이 미세해지면 좋긴 좋은데 몇가지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1. 비용
회사는 싸게 만들어서 비싸게 파는게 기본이다. 그런데 미세화 될수록 비용이 상승하고있다. 미세한 선폭을 만들기 위한 개발을 하려면 고사양의 장비와 소재, 높은 수준의 인력 등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공정이 점점 미세화될수록 개발비용 또한 높아지고 있다.


2. 비용대비 높아지지 않는 성능
예전 60나노대 에서 10 나노대 까지는 눈에 띄는 성능 개선이 보였지만 최근 5 나노 이하에서는 개발 비용은 점점 높아지는데 비해 성능은 예전보다 작은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 즉,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


3. 수율
미세해질수록 만들기 어렵고 불량이 많이 생기기 마련이다. 삼성전자가 양산한다는 3나노의 수율은 30%도 안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올 정도로 불량률이 높은 수준으로 보인다. 기술과 점유율을 선도하는 TSMC도 3 나노 양산을 미루고 있는 걸 보면 수율을 잡기가 만만치 않은 일인 것 같다. 또한 이 수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비용이 발생한다. 각종 실험을 통해 원인 분석과 해결방안을 도출해낼 시간도 필요하다.

초미세 공정 개발을 위해 파운드리 회사들이 해결해야할 많은 숙제가 있다. 이걸 해결하는 파운드리 회사가 첨단 초미세 공정 물량을 차지할 것이다. 파운드리의 고객인 팹리스 또한 자기네 고성능 제품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삼성이 시작한 3 나노 양산은 얼마나 성공할지, TSMC의 3 나노 양산 첫 고객은 누가 될지 등을 지켜보면서 시장 트렌드를 따라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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