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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시장

반도체 부활을 꿈꾸는 일본

심구아니 2022. 12. 7.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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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일본은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반도체 강국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한국, 대만, 중국 등에 주도권을 빼앗겼다. 일본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반도체 산업에서의 위상을 높이려 한다.


1980년대 후반 일본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생산량 확대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했다. 그 결과 1988년 일본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50%를 넘었다. 하지만 지원 축소 등 관련 정책 실패로 2019년 시장 점유율은 10%까지 하락했다.


또한 아래와 같이 책의 내용을 빌리면, 일본은 미국으로부터의 정치적 압박에 버티지 못했고, 이것이 반도체 산업 약화의 근간이 되었다.

“ 이 시기에는 반도체를 둘러싼 미•일 간 무역 마찰이 있었다. 제재나 덤핑 같은 끔찍한 뉴스가 연일 워싱턴에서 보내졌다. 공중에 떠버린 기업들은 전전긍긍했겠지만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미 세 가공 기술에 도전하는 연구자들은 어딘가 즐거워 보였다. 미국으로부터의 정치적 압력이 아무리 강해도 기술 면에서는 일본이 미국을 이기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후 일본은 기술만으로는 국제경쟁에서 살아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

“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한국과 대만에 패해 쇠퇴했고, 이윽고 미국의 반도체 메이커도 살아났다. 불평등한 반도체 협정으로 손발이 묶였고, 자금 부족으로 설비투자를 할 수 없었던 것 등 패전의 이유들이 언급됐지만, 여전히 왜?라는 의문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

” 일본에 있어 반도체는 비즈니스 문제였지만 미국은 국가를 지키는 문제였을 것이다. 반도체가 국력의 기둥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미•일 반도체협정으로 일본의 활력을 떨어뜨린 후, 그렇게 번 시간을 사용해 미국 내 반도체 산업을 일으켜 세운 것이다. “

- 2030 반도체 지정학, 오타 야스히코
그러면 일본이 어떤 방법으로 반도체 산업을 부활시키려고 하는지 알아보자.


TSMC 공장 유치


2024년 완공되는 TSMC 공장은 소니의 세계 최대 이미지센서 반도체 칩 공장 옆에 들어선다. TSMC 구마모토 공장은 일본 자율주행차 기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보이며, 일본은 TSMC와의 제휴 확대를 위해 도쿄대-TSMC 공동 연구 개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TSMC 공장이 들어서면 이와 관련된 일본의 소재, 장비, 기판 업체와의 교류가 활발 해질 수밖에 없다. TSMC는 파운드리뿐 아니라 패키징 영역에서도 첨단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파운드리와 패키징 공정에 사용되는 재료와 장비 시장에 진입이 수월해진다. 또한 TSMC에서는 차량용 반도체도 생산하기 때문에 자동차 산업에도 활력을 주어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것이 일본 정부가 총 투자 금액의 절반 규모인 4760억 엔을 지원하면서 까지 TSMC 공장을 유치하려는 이유이다.


‘라피더스’ 법인 설립


일본의 주요 기업들이 자국의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동으로 2022년 8월에 법인을 설립했다. 사명인 라피더스(Rapidus)는 라틴어로 '빠르다'라는 뜻이다.


2022년 11월 도요타, 소니, 소프트뱅크, 키옥시아, NTT, NEC, 덴소, 미쓰비시 UFJ 은행 등 일본의 주요 대기업 8사가 공동으로 차세대 반도체 개발 및 생산을 하겠다는 것이다. 설립 당시 각사로부터의 소액 출자 이외에도 일본 정부가 700억 엔 규모의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목표는 2027년부터 2nm급 비메모리 반도체를 양산하는 것이다. 파운드리 선도인 TSMC와 삼성전자의 로드맵보다는 뒤쳐지지만 그만큼 선단 공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 계획대로 양산한다면 TSMC, 삼성전자, 인텔과 기술력을 나란히 하며 선단 공정 기술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비메모리 분야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일본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칩 4 가입


미국이 2022년 7월 일본, 대만, 한국 등 반도체 산업의 주요 국가를 모아 글로벌 반도체 동맹 '칩(Chip) 4'를 추진했다. 일본은 빠르게 가입 의사를 밝혔다. 일본은 미국과의 구체적인 협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 안으로 미국과 함께 차세대 반도체 연구 거점을 신설하기 위해 3500억 엔(약 3조 30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일본 정부는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을 위한 보조금으로 4500억 엔, 반도체 소재 부품 산업에 3700억 엔을 투입한다고 한다.



일본은 다시 반도체 부활을 꿈꾸고 있다. 1999년에 ‘엘피다’라는 메모리 반도체 합작 회사를 설립했었는데, 떨어진 점유율을 다시 살리려는 정부와 업계의 계획이었다. 엘피다는 그리스어로 희망을 뜻한다. 그만큼 절실함이 보이지만 결국 미국의 마이크론에 인수되면서 일본의 반도체 업계에서의 회복은 실패로 끝났다. 이렇듯 일본은 계속해서 1980년대의 일본 반도체 위상으로 돌아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전략이 조금 다른 것 같다. 자국의 회사를 합병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TSMC 등 타국 기업의 공장을 유치시키며 현재 일본이 강한 소재, 장비 분야의 강화가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 전략이 먹힐지 2024년 TSMC 일본 공장이 가동되면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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